보통 크기의 책보다 작은 크기로 제본된 책은 두꺼워서 독후감을 쓰기 위해 다 읽기에는 부담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곁들여 2장 내외의 짧은 분량으로 쓰여진 내용은 수시로 골라서 읽기에 좋았습니다.
'서울의 일상, 그리고 역사를 걷다'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서울에 있는 여러 건축물 및 장소들을 필자의 눈으로 돌아 보고 역사적 사실과 감상을 들려 주는 책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는 더 만나기 힘들고 버스를 타고 지난다고 해도 그냥 지나쳐 보던 무심했던 건물과 장소가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다정하고 애틋한 생물체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풍백화점 붕괴 같은 사건은 얼마전에 일어났던 세월호사건을 생각나게 해 가슴 아팠습니다.
러시아 공사관 첨탑사진과 설명에서는 고종황제의 아관파천과 국력의 쇠약, 러시아와 일본의 경제침탈을 상기시켜 주어 역사공부를 하는 저는 또 분개하였습니다. 역사가 있는 건물과 장소 뿐만 아니라 홍대거리, 도깨비시장,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볼라드 등에 관한 글들도 있어서 큰 부담없이 생각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서울시민청의 시민발언대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저의 부모님이 늘 말씀하시는 요즘 정부의 불통에 대해서 이렇게 말해 줍니다. " 시민발언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풍경은 그동안 한국 공공기관의 의견 수렴 구조가 얼마나 막혀 있었는지, 그리고 '사회의 감시견'인 언론이 얼마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서울시민청을 비롯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찾아가는 시민 발언대' 이면에는 언로가 막힌 한국 사회의 현실이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