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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야화 2회] steinFM님이 보내주신 '스토리 전쟁' 서평입니다
2015-11-20 23:19:46   |   조회  3149   |   추천  34


어쩌다 100miin에 가입하였고, 백일야화[100일간 100권의 책이야기], 4차에 응모하여 당첨. 물론 그 이전에 도전한 바 있었고(2차였나 3차였나), 4차에서 '우선 신청권'을 받아 손쉽게 당첨의 영예를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서 내가 고른 책이 《스토리 전쟁》이었다. 

 

목차를 훑어보면서 마케팅에 관한 책이라 읽고 싶지 않을 뻔 하였는데,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 그것을 신화 이야기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부분에서 호기심을 크게 느꼈다. 종교 연구자인 본인에게 일종의 '응용 종교학' 내지는 '응용 신화학'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학술적 작업을 상상하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한국의 척박한 '종교학' 현실을 감안해 보면, 해당 학문의 성과가 현대 사회에서 응용되어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을 보여 주는 이러한 책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흥분과 감동으로 이 책을 읽을 뻔 하기는 하였지만 쉽게 그러한 방향으로 달려갈 수는 없었다. 적어도 종교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대중에게 신화에 대한 관심 새롭게 환기시켜

 

아마도 종교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저러한 평가는 충분히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들은 또한 그러한 '광고업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대중을 독자로 포섭할 수 있다. 그리고 대중의 눈높이에서 논의가 전개되고 있어서 마케팅 분야에서 성공전략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수 있다.

 

엄밀한 매뉴얼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저자도 이 책이 '따라하면 다 되는' 그런 매뉴얼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저자가 독자에게 '일관성있고 공감을 주는' 스토리텔링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제시한 취지에 십분 부응할 만큼 이 책은 '좋은 마케팅 스토리텔링'의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다.

 

 

종교 연구자에게는 다소 아쉬운 책

 

물론 종교 연구자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건 사회 응용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는 종교학이 현대 사회의 맥락에 맞게 활용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가, 신화적 사고가 여전히 맹위를 떨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종교/신화 연구가 어떻게 마케팅, 캠페인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한 희망을 전해주는 한편으로, 실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이 책이 학술적 수준을 만족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것일 게다. 오로지 기대한 자의 책임일 것이다. 가령 조셉 캠벨은 신화학자 중에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기는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미 그의 작업을 학술적 작업으로서 별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가 신화에 대해서 무언가를 설명했다기보다는 신화를 믿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는 신화적 사고 확산의 전도사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어떤 일반이론에 근거한다고 보긴 어렵다. 특정 문화권의 신화(주로 그리스로마신화)와 현대 미국의 신화(스타워즈 등)에 기대고 있는 그의 이론은 신화에 대한 긍정적 편견(권장할 만한 것으로서가 아니라 신화를 긍정한다는 면에서)을 제한된 사례로부터 도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웅신화의 구조를 통해서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설명하려 한 시도는 분명 참신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독교의 출애굽 이야기를 그 중심 축에 놓는 것이나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설명하는 것이 문제로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에서 미국인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비서구, 비미국 사회에서 이러한 샘플이 갖는 호소력은 제한적이다. 한편 신화적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하면서 기독교의 신화를 '믿고' 있는 저자의 모습은 그의 종교에 대한 이해의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출애굽 이야기는 유대인의 민족 형성 신화와 같은 것으로 역사적 사실로 확증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그러나 신화 속에 사는 것을 별로 이상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뭐 그렇지, 나라고 다르겠어?라는 식으로 이런 문제제기에 대응하지 않을지.

 

미덕: 마케팅은 아싸리판이 아니야, 임파워먼트 마케팅을 아시나?

 

이 책의 지적 미덕은 결함 마케팅과 임파워먼트 마케팅의 대비이며, 마케팅이 단지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 노예'를 생산하려는 목적에 복무하는 일이 아니라 세계의 재창조에까지 참여할 수 있는 일임을 그러한 대비를 통해서 명확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활용된 것은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이다.

 

 


 

 

저 피라미드의 최상위 욕구를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을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좋은, 게다가 결과도 성공적인 마케팅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물론 그러한 스토리의 기본적 형식은 '원형'(융이 말하는)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영웅신화의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임파워먼트 마케팅은 결함 마케팅과 대비되는데, 각각의 내용을 보면,

 

 

결함 마케팅

사람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두려움, 탐욕, 허영,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부추겨 물건을 사거나 브랜드와 관계를 맺기만 해도 이런 감정들이 마법처럼 해소된다는 메시지를 담는 방법이다.

결함 마케팅은 간단한 2단계 접근법을 따른다. 1) 불안감을 조성한다. 2) 마법 같은 해결책을 소개한다.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그 불안을 특정 제품, 서비스 등의 소비로 해소할 수 있다는 마케팅 기법.

 

 

임파워먼트 마케팅

결함 마케팅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사람에게 진실, 정의, 아름다움 등 고차원적인 가치를 추구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과, 모든 신화는 의존적이던 어린아이가 성숙하고 현명한 성인으로 성장하여 공동체에 기여하는 형식을 갖는다는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에 근거한 마케팅이다. 사람들이 자아를 성취할 수 있게 돕고, 더 나아가 세상을 개선하도록 요구한다.

 

한국에서 결함 마케팅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장이 교육, 건강, 재테크 등의 영역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점차 심화되어 가면서 거의 왠만한 분야에서 저러한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건 사회 환경의 탓이 크다. 신자유주의 질서가 발전할 수록 많은 사람들은 생존 욕구 이외의 욕구를 가지기 어렵게 되고 있다. 이러할 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그 생리적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건 정치 영역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공포를 자극하고, 폭력을 전시한다. 그리고 억압은 정당화된다. 심지어 독재마저도.

 

 

배경

 

왜 스토리텔링에 주목해야 하나? 아마 이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스토리 전쟁'을 가능하게 한 조건으로 이야기된다. 방송시대에 대비하여 '디지토럴digitoral 시대'라는 말을 사용한다. digital과 oral의 합성어이다. 미디어 학자 월터 옹이 디지털 환경의 2차적 구술성orality을 이야기한 바와 호응되는 이야기로 보인다. 정보의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분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지만 디지털 시대, sns가 유행하는 시대에 소비자의 참여에 의해서 정보의 흐름이 크게 변화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바인데, 그 특징을 2차적 구술성으로 파악하여 '디지토럴 시대'로 개념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스토리는 얼마나 빨리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어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등장한다. 그런 면에서 신화적 구조에 입각한 스토리텔링의 '힘'에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전제 중의 하나가, 바로 신화를 필요로 하는 인간, 신화적 인간이라고 불러야 할까? homo mythocus?(호모 미토쿠스)

그런데 기술 발달로 더 이상 신화는 '진실'을 담지 못하고 '허구'로 표상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지금 현재 세계의 진실을 담아내는 신화(그런 스토리)를 요청하고 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신화격차, 이 책의 저자가 저 '우리시대의 신화를 원하는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신화격차

현실이 너무 급격히 변화하는 나머지 신화가 변화에 맞서 효과를 유지할 만큼 적응하지 못하면 신화 격차가 생긴다.

 

이러한 현실적 필요에 부응하는, 신화제작자mythmaker는 바로 '마케터'marketer라고 보고 있다. 앞서도 말하였지만 이 마케터는 꼭 경영-경제의 개념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새로운 사고, 제품, 의식을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싶은 그 모든 사람들이 마케터이다.

 

그래서

 

나도 마케터이다. 내가 파는 것은 내가 본 세상의 이미지이다. 종교 연구자답게 지금 우리 시대의 '신앙'을 다룬다. 특정 종교의 것이 아니라 뭇 사람들이 믿는 것들을 다룬다. 그것을 통해서 역시 인간의 고차원적 욕구를 자극하고 싶다. 이 책은 그런 꿈을 거침없이 자극한다.

그러나 '한계'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신화학자 롤랑 바르트*가 말하는 '우파의 신화'에 주목하게 된다. 신화는 우파 신화**가 주류이고, 우파 신화는 1) 필요악을 강조하는 예방조치(거악에 대한 물타기), 2) 역사를 제거하기, 3) 동일화(타자 지우기, 무시, 배제), 4) 동어반복, 5) 양비론(물타기의 또 다른 예), 6) 질의 양화(질적 평가 무시, 양적 직관적 이해 강조), 7) 기정사실화(세계가 만들어졌지만 원래 모습인 것으로 은폐) 등의 논리가 작동하는 신화라고 바르트는 지적한 바 있다. '신화화'로서 스토리텔링이 과연 저러한 메커니즘의 작동을 배제시킬 수 있을까? 

또 신화는 본래 그 개념상, '허구적 이야기'를 뜻한다. 과연 진실과 사실에 기초한 스토리텔링이 '신화'라고 불릴 수 있는가 묻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임파워먼트 마케팅은 그 가능한 모습을 가뭄에 콩 나듯 보여 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자명해 보인다.

 

 

*프랑스 신화학자 Roland Barthes

Mythologies(1957)라는 책에서 일찍이 광고와 신화의 연관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국내에 《신화론》(1995)으로 번역되어 있다. 적확한 번역어는 '신화학'이다.

 

 

**반대 개념으로서 '좌파 신화'를 상상할 수 있다.

임파워먼트 마케팅은 실상 '좌파 신화' 만들기 가이드 라인으로 번역될 수 있다. 그러나 좌파와 신화는 서로 형용 모순처럼 느껴진다. 좌파는 유물론자이다. 그들은 통상 신화를 거부하는 자들이다. 그러한 집단에서 신화적 내러티브를 곱게 받아들이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뱀발

 

이 책의 저자 조나 삭스는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몇몇 캠페인 동영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바이럴 비디오 제작자이다. 쉬운 영어이니 볼 만합니다.

 

Meatrix(2003) :: http://www.themeatrix.com/

<미트릭스>는 프리 레인지 스튜디오가 GRACE의 서스테이너블 테이블(Sustainable Table) 프로그램을 위해 제작한 것이다. 이 유머러스한 4분짜리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것으로, 대규모 공장식 농장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트릭스>에서는 키아누 리브스 대신, 즐거운 가족 농장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린 돼지 레오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레오에게 트렌치코트를 걸친 소, 무피어스가 나타나 동물들이 음식물로 사육되는 방식에 관한 추악한 진실을 보여주게 되고, 이는 <매트릭스>에서 불후의 명성을 얻은 “스톱-모션” 기법의 패러디로 마무리된다. 영화 말미에 이르러 관객들은 “행동의 장”으로 안내된다. 영화는 이러한 대규모 공장식 농장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이 지역 가족농장을 후원할 수 있도록 장려하며, 잘 먹기 가이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고기, 가금류, 유제품과 달걀을 구입하도록 촉구한다. from google.com

https://www.youtube.com/watch?list=PLP4f6srGCbwRD5w1ZXm1MdN6j5fLfjAm-&v=K7K-9sTRLjg&noredirect=1

 

 

Grocery Store Wars(2005)

한글 자막판: http://tvpot.daum.net/v/XS2dncetsss$

글로서리스토어워즈는 스타워즈의 패러디 영상으로 유기농산물거래협회Organic Trade Association이 제작했다. 이 영상은 건강에 나쁜 화학적으로 처리된 식품보다 나은 유기농식품의 구입을 활성화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그러한 취지로 영상 속의 모든 캐릭터는 야채와 기타 식품들로 그려졌다.

from: http://starwarsfans.wikia.com/wiki/Grocery_Store_Wars

 

https://www.youtube.com/watch?v=hVrIyEu6h_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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