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를 시사 팟캐스트의 사회자로서 처음 알게 되었다. 방송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진보정당 소속이던 그가 당의 차출로 국회의원 출마를 하게 된 이야기였다. 그는 첫 선거 유세 현장에서부터 도저히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표를 달라고 악수를 청하는 것이 싫었다고. 나에게 무언가를 달라고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 말이다. 여러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도 싫은 기색을 내보이면 괴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캠페인을 돕던 운동원과 실랑이도 많이 했다고. 그 경험을 전해 들은 유시민 선생이 답하기를, 유세라는 절대’을’질은 언젠가 나도 절대’갑’질을 하고 말리라는 굳은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견딜 수 있는 과정이란 한다. 당선 후에 갑질을 할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너무나 고통이 큰일이라고.
출간 사실도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의 근간을 읽을 기회가 생겨서 기뻤다. 짐작하기에 계몽을 가장 큰 목적으로 출간된 책 같다. 전체의 맥락과 소개되는 개인의 면면이 보편성을 가진다고 느꼈다. 납득이 가고 구미가 당기는 구성이다. 입문자나 한 분야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 유익할 것이고, 이미 취향을 가진 독자에게 즐길 거리가 되어 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인문이나 시대의 흐름과 연결된 미술가를 비교하는 재미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인문과 미술이 함께한다는 것이 새로운 기획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넓은 스펙트럼과 미감이 괜찮은 다이제스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인문과 미술이 어느 한쪽에 종속되지 않고 (거의) 동등하게 서술되는 것이 좋았다. 저자의 현실인식과 맞물려 전개되는 해석이 이 책을 단지 상식을 쌓는 기능을 넘어서게 한다. 지성은 결국 얼마나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