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게도 국수 / 강종희
서평: 이슬아
<어이없게도 국수> 왜 일까? 하고 많은 제목 중에 국수가 어떻게 어이없다고 한 건지 궁금했다. '아니, 뭐? 왜? 국수가 어디가 어때서?' 나름 국수 애호가인 척 하며 책의 제목을 다시 읽어보니 빨간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인생의 중심이 흔들릴 때 나를 지켜준 이, 어이없게도 국수>
" ... 끝없는 도피욕구에 시달리던 내가 다시 과거의 소중한 인연과 빛나는 성찰의 순간을 떠올리고 긍정하게 만들어준 매개체가 국수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 본인과 같은 경력단절녀?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른 곳에서는 위로를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었다. ”뭐든 자신을 생각의 길로 이르게 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게 종교나 음악이나 영화 같은 멋진 주제들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국수였기에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먹을 거리가 있으면 훨씬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처럼 먹을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 더 내용에 깊고, 바짝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어느 곳에 어디를 가면 어떤 국수를 먹을 수 있다고 팁을 알려준다. 부산의 구포국수와 서울의 두부국수 등등.
먹는 것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분명 무슨 맛인지 알지만 선명하게 눈에 보이듯 음식이 아른거릴 정도로 표현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각각의 음식의 맛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다. 말 그대로 한 두 번 먹어본 솜씨가 아닌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를 만나고 싶어졌다. 멀리도 아니고 부산이라고 하니 혹시 지나치다가 여느 국수 집에서 우연히 마주칠 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신혼의 단꿈에 젖어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하면서 요리와 가까워졌다. 그렇게 머릿속에 음식 재료들을 떠올리니 더욱 생생한 음식들을 연상할 수 있게 되었다.
국수라고 하면 왠지 대충 끼니를 때우기 위한 뭔가 헛헛한 그런 것으로 머릿속에 자리매김 하였다. 그래서인지 결혼하고 나서는 국수는 잘 먹지 않게 된 것 같다. 저녁 메뉴로 잊지 못할 국수는 어떨까? 신랑만 맛있게 먹어만 준다면 만드는 입장에서도 정말 기쁠 것이다.
이 책은 이전에 읽어보았던 비슷한 류의 수필집을 떠오르게 했다. 제목이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이다. 저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이 많은 국수 메뉴 중에서 단 한 가지의 잊지 못할 국수를 꼽으라고 말이다. 내 생각이지만 부산의 구포국수를 꼽지 않을까? 전설의 국수라고 치켜세우기도 했고, 원래 타지인들이 관광지를 더 많이 찾듯이 현지인보다 새로이 발견한 주변의 가치에 점수를 후하게 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아직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국수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가깝다니 꼭 찾아가서 먹어보고 말 것이다' 하고 의욕을 불태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