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듣고 싶은 강의가 많아서 늘 보며 침만 질질.
서평 이벤트도 하고 있는데 책들이 너무 알차서
모처럼 이벤트 신청까지 해서 받은 책은...
김원우 작가의 '작가를 위하여'라는 아주 두꺼운 책
'100min 백일야화_작가를 위하여'
소설에 대해 생각하고 써내려간 1년 반이란 시간은 벽돌만한 묵직한 책을 탄생시켰다. 김원우 작가는 의외로 작품성이 아닌 재미라는 측면에서 탐구를 시작한다. 왜 한국 소설은 재미가 없는가. 그건 소설을 잘못 쓰기 때문이라고 일갈하는 노작가, 참고서적에 한국현대작품이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 정말, 한국 소설은, 재미가, 없는가?
'작가를 위하여'라는 제목답게 작법서는 알차게 모든 것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야기는 어찌 꾸리는 지부터 시간, 공간, 인물을 어찌 다뤄야하는지, 소설의 문장, 문체를 살리는 부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좋은 제목은 어찌 짓나(이는 출판사의 재량이 더 크지 않은가?) 좋은 소설가의 자세와 자기 관리에 대해서까지 진지한 충고를 이어간다. 한번 읽어봄직하나 장황하고 많은 한자어를 구사하는 문체로 쉬이 읽히지 않는다는 점은 주의. 그때문인지 각 절의 끝부분에는 요약까지 친절하게 덧붙여놓았다.
흥미로운 건 신춘문예와 공모전에 대한 날카로운 까발림이다. 당선작은 그나마 결점이 덜한 작품이 '운 좋게' 뽑힐 뿐만 아니라 흠을 수정하라는 주문을 해주는 '조건부 당선'도 많다는 것. 심사위원의 독해력 부족도 지적한다. 그러니 떨어졌다고 기죽지 말라 하면서도 턱걸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더 매진하라 꾸짖는다. 독학보다 멘토를 구하라는 실용적인 조언도 해주면서 끝내는 등단하더라도 제한된 발표지면으로 등단자 9할 이상이 잊혀진다는 현실을 일깨운다.
그런 한계가 명확한 이런 등단제도는 언제까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인가.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오랫동안 조금씩 글을 써오는 이들의 설렘과 좌절이 가득한 시기, 그들은 정말 작가의 자질이 부족해서 작가가 되지 못하는 것인가, 등단제도의 문제 때문인 것인가.
냉혹한 현실 앞에서도 글을 쓸 수밖에 없는 바보같은 이들은 결국 폴 오스터의 말을 위안삼으며 오늘도 한 줄 써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결국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으니.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