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읽는 역사책이다. 읽고 난 후에 내가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를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저자는 말한다. “'삼국지'적 세계관에서 벗어나라고.”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서 상호작용하면서 세계,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다.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다른 주체를 이용하고 호의를 베풀고 또는 피해를 입힌다. 각 주체는 자신의 행동이 옳다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상대 주체에게는 말도 안되는 이유지만 그 주체 자신에게는 합리적인 이유일 것이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이유일 것이다. 또한, 그 이유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강자에 의해서 정당화된다. 패자의 관점보다는 승자의 관점에서 역사가 기록되는 이유일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은 침략을 수없이 당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물론 침략을 많이 당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도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베트남 전쟁이다. 한국 군인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도 베트남 민간인을 죽였다. 그리고 한국은 지정학적 요충지가 아니었다. 임진왜란 전까지는 변방에 위치했다. 임진왜란 후에 한때 중국,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서 지정학적 요충지로 위치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지정학적 요충지가 아니다. 운송기술, 무기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한국을 거쳐야 할 이유가 없다. 한국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고 아시아의 중심도 아니다. 자학을 하는 게 아니다. 현실이다. 현실을 잘 파악해야 그에 맞게 알맞은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사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어떻게 한국이, 세계가 흘러왔고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