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iin] 파르테논 마블스, 조각난 문화유산/시대의창/크리스토퍼 히친스 외
파르테논 마블스는 현재 대영박물관에 엘긴 마블스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는 파르테논의 조각들, 즉 유적의 일부와 파르테논의 프리즈부분의 메토프와 같은 부조들을 가르킨다. 부조는 거의 90%고 유적전체의 절반정도를 배를 통해 실어왔다고하는데 그가운데 배가 침몰해 소실된 부분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파르테논 마블스를 그리스에 돌려주어야하며, 대영박물관과 영국측의 현재를 유지하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설득하는 내용이다.
먼저 역사 속에서 파르테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동로마시기와 투르크점령시기를 이어져왔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이어서 오스만투르크 점령시기인 1799년 바로 토머스 브루스 엘긴 백작 7세가 오스만제국의 영국대사로 임명되어 오면서 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엘긴은 원래 자신의 집을 고전양식으로 꾸미고자 파르테논의 스케치들을 남기려고 했지만 이윽고 베네치아군과 오스만제국의 싸움으로 파괴된 파르테논의 조각들을 직접 가져갈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유리했던 것은 당시에 넬슨이 프랑스함대를 나일강전투에서 격파하자 오스만제국이 영국이 프랑스로 부터 오스만제국을 지켜줄 우방으로 생각하여 영국대사인 엘긴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그가 원하는대로 스케치를 하고 신전주변의 파편발견과 글자나 형상이 새겨진 돌 조각을 떼어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칙령을 써주게 되는데서 비롯된다. 조각을 가지고 영국에 돌아가도 된다는 소리가 어디에도 없는 이 칙령을 가지고 엘긴은 엄청나게 확대해석하여 이탈리아 화가 루시에리 등을 고용해 이러한 파르테논의 부조들을 비롯한 유물들을 파르테논 꼭대기에서 대리석을 톱으로 잘라 더욱 훼손시키면서 떼어내고 대리석 조각이 운반하기에 크면 또 부조가 없는 부분의 반을 잘라내 가져오게 된 것이다. 엘긴은 이러한 조각들을 자신의 집에 장식하고 박물관화하여 입장수입을 얻을까도 생각하지만 그의 재정수입상황이 나빠지면서 영국정부에 매각하게 되고 영국정부가 대영박물관에 귀속시키면서 지금까지 '엘긴 마블스'란 이름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영국정부가 매각을 하면서 하원의회에서 이에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이러한 논의를 기록한 의사록 내용을 통해 당시 영국에서도 뻔뻔하게 그들이 전쟁을 통해 얻은 다른 약탈물과 같이 파르테논 마블스를 영국의 것으로 하려는 자들이 있었던 반면, 엘긴이 이 유물들을 얻는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차후 그리스가 독립할 시에 그리스에서 이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양식있는 사람도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의 저자들은 엘긴이 파르테논 마블스를 가져온 과정 자체가 전쟁의 전리품도 아니고 그리스인의 동의와 상관없이 정세변화에 따른 기회로 오스만 제국의 영국에 잘보이려는 것을 이용해 가져온 것이며, 그 과정에 있어 영국측이 주장하듯이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함보다는 파르테논을 더 파괴하면서 가져온 점을 꼬집는다. 물론 현재 영국이 주장하는 그들이 정말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가져왔다는 주장은 사실 그렇던지 아니던지 상관이 없다. 다만 그리스가 독립한지 오래인데 그리스의 문화재를 그들이 아무런 자격도 없이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다. 그들의 자신들이 100년이상 가지고 있었다느니, 유물을 여러사람에게 보여주기 좋다느니 고대 그리스인과 현재 그리스인이 상관없다는 따위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듯하다. 파르테논은 몇천년을 그리스에 있었고 그리스나 영국이나 유물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보러갈 것이고 현재의 그리스인들도 그리스어를 쓰며 자신들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리스인이라는 사실은 자명하기때문이다.
영국이 든 또 하나의 이유는 그리스가 유물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엔 그리스의 정치상황과 더블어 그리스에서 네포스라고 불리우는 스모그 문제도 있다. 이러한 스모그가 그리스의 대리석 유적들을 오염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현재 뉴아크로폴리스박물관의 시설이 최신의 것으로 유물들을 보관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전쟁으로 인한 파르테논 마블스의 위기는 그리스에서만 있었던게 아니다. 히틀러와 싸우던 시절에 영국 역시도 폭격에서 대영박물관이 피해를 입었고 파르테논 마블스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았던 적이 있으며 일반적인 보관에 있어서도 구리솔로 대리석을 닦아 대리석에 자국을 내어 훼손하는 등 완벽하게 보관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로버트 브라우닝같은 양심있는 영국인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리스 독립전쟁에 참여하러 갔다가 열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대시인 바이런과 같은 사람들도 이미 오래전 파르테논 마블스를 돌려주어야한다고 말한 바 있고 그에 대한 시를 썼으며, 현재도 파르테논 마블스 환수 위원회가 영국에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사실 우리나라에는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미 1987년에 초판이, 2008년에 최종개정판이 나온 책이다. 당시 로버트 브라우닝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크리스토퍼 히친스 역시 2011년 세상을 떠나 파르테논 마블스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세계의 유명한 박물관들,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 등이 약탈박물관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모든 유물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더이상 영광스럽지 않으며 그것들을 돌려준다고 해서 꼭 박물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물관에 그들이 가져왔던 문화재의 모조품을 만들어 전시할 수도 있고 돌려준 문화재들 대신 반환되는 국가에 다른 문화재들을 빌려오도록 돌려주면서 조건을 내거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대영박물관은 파르테논 마블스 반환시 선례가 되어 다른 문화재들을 빼앗길 것을 걱정하지만 사실 그것들을 돌려주는 것이 합당한 것일뿐더러 이미 몇몇 문화재를 돌려준 선례 역시 이 책에 실려있다. 파르테논은 서양문화의 원류인 그리스문화를 상징하는 유적의 하나로써 유네스코의 마크도 여기서 따왔고 유네스코 지정문화재 1호이기도 한데 그것이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고 그리스와 영국에 나뉘어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남일 같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 역시 수만점의 문화재가 해외반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선왕조실록이나 의궤가 반환되었고 최근에는 직지와 조선왕조의 어보 등을 돌려받았지만 아직도 많은 문화재가 해외에 있다. 석탑이나 석비 등이 해체되어 외국으로 반출된 일도 많다. 일본에는 우리 문화재를 되사서 재일교포 정조문씨가 교토에 만든 고려미술관 같은 곳도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다보탑의 사라진 돌사자 3개에 대한 내용이 방송되기도 하였다. 문화재는 그것이 있던 곳에 그것을 잘 알 수 있는 후손들이 가지고 있는게 가장 올바른 것일 것이다. 다만 최근 그리스 경제 위기로 이러한 파르테논 마블스의 반환이 더 늦어질듯하여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