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헌법을 가진 대한민국 공화국 정부가 들어선지 60년이 훨씬 지났는데, 2015년에 이런 책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 3년을 살면서 우리는 정부에 대해 심각한 회의에 빠져들고 있다.
그 이전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국민을 다 만족시키기야 했겠냐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이제 ‘배신’이란 단어를 쓴다. 국민들은 그동안 참아왔다. 정부가 경제를 잘 못 풀어도, 복지가 좀 부족해도, 치안이 좀 어설퍼도, 부패가 가끔 드러나도 참았다. 심지어 대통령과 정부가 새빨간 거짓말을 밥 먹듯 해도 참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을 잃고 나서부터다. 저자인 경제학자 이정전 교수는 “정부가 본연의 역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만큼 무언가 심각하게 고장 나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국민이 그렇게 분노할 리가 없지 않은가”라고 묻는다.
광장과 거리에, SNS에, 인터넷에 정부에 대한 비판을 넘어 원망, 분노, 욕설이 차고 넘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서민을 짓누르는 1천조원대 가계빚, 늘지않는 실질소득, 높아만 가는 지니계수와 슈바베지수, 바닥을 기는 경제성장률을 보라. 정부와 대통령은 이런 사태에 무한책임자다. 그런데도 정부와 대통령은 거짓말만 한다. 세월호 참사가 꼭지점이었다. 국민들에게는 정부에 대한 신뢰의 결절점이었고 마침내 변곡점이 되고 있다.
저자는 정치학자가 아닌 경제학자다. 이 모든 정부의 무능과 거짓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시장을 통해 꿰뚫고 있다. 그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쌍생아니까. “염치없는 보수와 눈치 없는 진보 사이의 비생산적인 이념 논쟁”이 아니라, 경제학의 여러 이론을 통해 정부의 배신을 설명한다. ‘자본에 포획된 관료’는 가장 극적인 가설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책을 읽고 찾아보시라. 당신이 정부에게 배신당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