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숲>? 머리속에 확 들어오지는 않는 제목이지만, 한국최초의 야생영장류학자 김산하 박사의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앞섰다. 일전에 정혜윤님이 쓴 <사생활의 천재들>에서 만난 김산하 박사는 뭐랄까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열정이 가득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싶은 경외감에 그가 나오는 글을 찾아본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남들이 다 해외로 유학을 갈 때 긴팔원숭이를 찾아서 무작정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으로 떠난 젊은이의 이야기이자, 가서 고생하고 관찰하고 추적하고 기록하고 떠나온 그의 뜨거운 삶에 대한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지만, 수집이나 채집과 같은 형식으로 곁에 두는 것보다는 그들을 관찰하고 존재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던 저자는, 밀림에서 긴팔원숭이들과 함께하면서 삶에 대해서, 기록하고 연구한다. 김산하 박사는 아날로그다. 찰나의 사진이 아니라 오래 들여다보고 애정을 가져야만 하는 그림을 더 사랑하는 사람. 직접 그린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으로 정감이 있다. 게다가 글도 참 좋다. <비숲>은 비가 오는 숲일 수도 있고 비밀의 숲일 수도 있겠다. 내가 만난 <비숲>은 김산하 박사의 오래된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 본 느낌과 같은 그런 책인 것 같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