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iin] 인류의 기원/ 사이언스북스/ 이상희, 윤신영
이 책은 과학동아에 연재된 내용들을 보강하여 묶어서 낸 책으로 캘리포니아 대학 인류학과 부교수인 저자 이상희가 과학동아의 편집장이자 과학기자인 윤신영과 함께 낸 책이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책들은 많고 학술적으로 기술되어 어려운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그렇지는 않았다.
표지에 적혀있듯이 이 책은 난쟁이 인류 호빗 같은 것이나 띠지 그림에 킹콩이 그려져 있듯이 킹콩에 비할 수 있는 유인원을 다루고도 있고 22가지 이야기가 연대기적 순서대로 다루어진 것이 아니라 각 장이 '원시인은 식인종?' '머리 큰 아기, 엄마는 괴로워' '아이 러브 고기' 같은 식의 제목으로 각기 다른 주제를 재미있게 다룬 책이다. 시대순이 아니라는 것은 다르지만 쓰여진 어투는 왠지 띠지에 쓰여진 교과서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 책은 어려운 학술서적이 아니라 저자들이 원한 것과 같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만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내용과 어투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사를 전공했지만 쓰여진 역사 이전의 인류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에렉투스-호모사피엔스-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 호모사피엔스에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에 크로마뇽인 정도가 나오는게 다 일 것이다. 그런데 책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모양이다. 오스탈로피테쿠스 이전의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조상도 있을뿐더러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역시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 아파렌시스, 아에티오피쿠스, 아프리카누스, 로부스투스, 가르히, 바렐가잘리, 세디바 등 많은 종이 있다는 것이다. 발견자들은 자신들이 찾은 인류의 화석이나 유골이 새로운 인류의 조상, 새로운 종이라고 생각하고 여러가지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종으로 만들려하지만 결국 후일에는 어느 한 종으로 통합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고인류들을 분류하면서 인류의 기원을 찾는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일이었다. 먼저 인류의 조상을 큰 뇌에서 찾을 것인가? 직립보행에서 찾을 것인가? 인류의 발원지는 아프리카인가, 아시아인가 아니면 전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인류에게서 식인종의 흔적이 있는가?, 인류의 출산이 왜 어렵고 혼자할 수 없는지, 인간의 발전과 육식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인간의 털이 왜 없게 되었는지, 인종은 어떻게 나눠지게 되었는지 등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가능한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것들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겠고 그동안 나온 결과들과 일종의 유력한 가설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직 아니 앞으로도 정확한 인류의 기원이 나오려면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발견이 필요할듯하니 오랜 시간이 걸릴듯하다.
22장의 이야기 다음에는 부록이 있다. 바로 진화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가 항상 좀 더 나아진거라고 생각하는 진화가 사실은 그렇게 항상 나아진 것을 말하는게 아니고 긴 시간에 걸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지만 그중 유익한 변화만이 남아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는 유익한 책으로 학생들이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