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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야화 2회] 김순심님이 보내주신 '음악의 시학' 서평입니다.
2015-10-23 19:32:27   |   조회  899   |   추천  64


책이 어려워서 좀 늦었습니다. 좋은 기획 감사합니다.

 

음악의 시학

 

민음사의 책은 아름답다. 문학과 지성이 충만하고 창작과 비평이 어우러진 문학 동네의 -돌배게처럼 단단한 텍스트를 담은 열린 책들 속에서 돋보이게 아름답다. 사실은 이번 시리즈가 조금 참고서 같다고 느꼈는데, 받아 들고는 만듦새를 자꾸만 감상했다. 실물깡패라는 말을 얼마 전에 배웠다.

 

강의에서 스트라빈스키는 당대를 '화음이 조성에 종속된 존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실체를 이루는' 불협의 시대로 정의한다. 그런데 이를 반영하기 위해 사용되는 ‘무조성’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접두사 ‘a’가 사용된 ’무조성’은 조성에 무감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음악을 특징하기 위해 ‘무조성’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적합한 표현으로서 그는 ‘반(anti)조성’을 언급하는데, 이는 무질서가 아니라 조성을 인지하고 반박함으로써 외려 조성 체계의 자장 안에 머무를 수 있다고 한다. 그가 아끼는 가치는 전복과 혁명이 아니라 전통의 계승과 변화에 대한 탐구다. 

 

이 책은 ‘스트라빈스키의 창작 비밀’ 같은 것이 아니다. 시학의 어원을 설명하는 도입부에서 기대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무엇일까. 책의 의도와 의미에 대해 읽는 내내 의문을 가졌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버드 대학 강의라는 스펙은 정보가 아니라 선입견이었다. 이 강의는 인문학적인 텍스트에 기대할 수 있는 교훈이나 정보들을 담고 있지 않다. 작가가 아니라도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는다면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은 ‘기분’이 든다. 이 책은 그런 것이 없다. 음악이란 특수성 속에서 흐르는 그의 논리적 사고와 미감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준이 아니다. 실용주의자들에게 애석하지만, 이 책은 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 시류에 영합해 시도들이 얼마든지 널려있으니 괜찮다. 

 

말하자면 무쓸모가 아니라 반쓸모 서적이다. 입시나 취업에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만이 존재하고 자신을 선택장애라고 정의하는데 부끄러움이 없는 성인들이 그린라이트인지 아닌지를 묻는 시대. 그 시대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않는다. 심지어 음악사를 알기 위해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창작 비법을 파헤치려고, 등등의 교육적 목적에도 이 책은 부합하지 않는다. -역시나 훌륭한 대안들이 존재한다. 

 

당대의 거장이 그를 존경하는 학생들에게 털어놓는 속내에서 우리는 존경과 사랑을 느낄 수 있을 따름이다. 이것이 지성이고 교양이지 않을까. 지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넓고 얕은 지식이 필요할지 몰라도, 중요한 건 진심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높은 수준에서 교류되는 진심어린 대화의 기록이다. 여기서 거장이 유일하게 주의하는 것은 어떤 순간에도 구태의연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뿐이다. 스트라빈스키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 뿐이다. 

 

모짜르트와 하이든 이후 화성학이 존재하듯이 의미는 그저 뒤에나 따라 붙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대로 본능을 열고 그저 읽었다. 아. 대화하고 싶다.

 

 

프랑스어 번역서는 텍스트가 아니라 문장 해석에 시간을 써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괜찮다. 연보의 마지막을 샤넬이 장식한 건 심했다. 본인이었다면 편집자에게 항의했겠지. 여운을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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