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야화 1회] 정지윤 님이 보내주신 '인간의 조건' 서평입니다. |
|
2014-12-17 10:44:43 | 조회 1300 | 추천 69 |
|
|
책읽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100miin과 뜻있는 출판사가 함께 하는 '백일야화' 이벤트의 서평으로 정지윤님의 글을 공유합니다.
[인간의 조건] (시대의 창)
페이스북을 하다가 웬 이벤트가 눈에 띄었다. 서평을 쓰면 책을 무료로 준다는 말에 앞뒤 생각도 안하고 댓글을 달았다. 뿌듯하게도 10등 안에 드는 댓글을 달고 당첨이 되었고 며칠 뒤 <인간의 조건>이 도착했다. 사실 이 책이 도착했을 때 당황했다. 제목 때문일까? 난 당연히 이 책이 철학도서일거라 생각했는데 한국현대소설 (수필에 가까운..이른바 faction)이었다. 주로 서양고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이 책을 과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하고 걱정부터 앞섰다.
기나긴 졸업논문으로부터 해방되고 택배로 이 책이 도착한지 몇주가 지나서야 비로소 읽을 수 있었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 이 책은 내가 한국소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다.
책은 서문과 본문 6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꽃게잡이 배, 주유소&편의점, 양돈장, 오이농장 비닐하우스, 공장에서 작가가 실제 겪었던 경험이 약간의 허구와 조화되어 있다. 편의점을 제외하면 모두 낯선데다 함부로 하겠다고 나서기도 어려운 직업이다. 티비에서나 겉핥기식으로 보았던 노동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노동환경(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일하는지, 숙소는 어떤지, 식사는 어떤지, 어떤 손님을 주로 맞이하는지 등)을 상세하게 다뤄 독자의 상상력과 감정이입을 촉진한다. 하지만 이 책에 있어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일을 하면서 겪은 사소한 에피소드를 통하여 사회의 뒤틀린 부분을 폭로해 독자들에게 현실을 다시 한 번 냉정하게 되돌아 보게 하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인간의 조건>에서의 한국 사회 내 갈등은 여러가지 경우로 제시된다. 고용주와 고용인, 한국노동자와 외국노동자, 직원과 손님 … 일하면서 누구나 겪어봤을 갈등은 작가와 독자 간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결코 평등하지 않고 불합리한 양측의 갈등관계를 독자는 한국사회의 차가운 현실을 제 3자로 관찰 또는 방관할 수밖에 없다. 관찰자이자 방관자인 독자의 분노와 무력감은 2차원 재현인 책에서 벗어나 자신이 있는 3차원 현실로 향한다. '과연 나의 상황은 어떤가? 이 사람이 겪는 현실과 다른가?' 현 편순이인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했다. 내가 알바생이라는 이유로 초면임에도 '소주 갖다줘', '담배 줘' 라고 반말하는 사람들, 나는 알바생 자기는 손님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요구에 응해야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 같은 아파트 주민임에도 편의점 유니폼을 입은 나는 그들의 무례함을 견뎌야만 한다.
다른 알바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입학팀에서 나는 내 후배가 될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학부모들로부터 쌍욕을 먹어야 했고 화를 눌러 참으면서 그들의 무례함을 견뎌야 했다.
물론 어떤 노동이든지 다 애로사항은 있을거다. 그러나 정해진 퇴근시간마저 눈치봐야하고, 칼퇴가 다른 회사원들에게 민폐끼치는 행위가 되어버리고, 임신·출산 휴가도 눈치봐야하고 결혼 때가 되면 퇴직을 은근히 요구하는 행위가 과연 올바른 것일까?
화자(작가)는 '왜 누군가는 항상 고통 받으며 일하지 않으면 안된단 말인가?'라고 묻는다. 그의 질문은 독자뿐만 아니라 사회를 향한 비판이다. 왜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최저임금도 못받고 최악의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한가? 극한의 노동을 간접경험하며 독자들은 사회의 어두운 면과 마주한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문학에서 뜻밖의 충격을 받았다. 내가 보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 나의 문학사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 사회는 하나의 톱니바퀴 같아서 내 식탁 위에 올라온 삼겹살, 꽃게는 다른 사람의 노동으로 올라온 것. 톱니가 맞물리기 때문에 사회가 돌아가고 사회 속에서 인간은 살아간다는 것. 그러나 그 톱니 맨 아래에서 입 벌리고 앉아 나오는 결과물을 독식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아무리 도피하려고 해도 결국 내가 돌아올 곳은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여나 꽃게잡이 배를 타거나 농장, 공장에서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벤트 기간 중 제출하신 모든 감상문 중 우수 서평을 뽑아 이벤트 종료시 도서상품권 3만원을 드립니다.
-서평 이벤트는 < 주) 스마트북스>가 후원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