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이라는 근대적 개념과, '오래된'이라는 수식어는 어쩐지 아귀가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오히려 아귀가 잘 안 맞기 때문에 새롭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도 하겠구나 싶었다. 어쩌면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는 그런 방식의 글쓰기인 셈이다.
그러나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기라는 최근의 경향성 - '최근'이란 왠지 날렵함을 떠오르게 하는데 - 과 달리 글쓴이는 날렵함 대신 박물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답게 찬찬히 그리고 물끄러미 대상을 바라본다. 하나의 대상을, 또 다른 하나의 대상을.
그렇게 두 개의 사물을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원형적 디자인을 추출해 내고, 그것이 어떻게 발전적으로 비틀어지는지는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이 책의 백미는, '오래된 디자인'이 어쩐지 아귀가 안 맞은 이유로 들었던 '디자인'의 '근대성'과 상반되는 '오래된'이 그대로 소제목이 된 '오래된 모던'이라는, 구석기시대의 주먹도끼와 110캐럿짜리 다이아몬드에 대한 비교 부분이었다.
생존을 위한 사용가치만이 극대화된 주먹도끼와 교환가치로서만 존재 이유가 있는 다이아몬드 - 그러니까 양자는 전혀 상반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들이다. - 가 형태상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가치'를 '기능'으로 치환한다면, 주먹도끼와 다이아몬드의 디자인은 철저히 기능에 종속되어 있으되, 역설적이게도 주먹도끼와 다이아몬드에 가장 어울리는 디자인인데, 기능미를 디자인의 본래적 개념으로 사용한 근대modern의 시각으로 보자면 주먹도끼는 오래된 모던 디자인인 셈이다.
그러나 기능미로서의 design은 욕망desire에 종속됨으로서 desire의 design으로 변전變轉되고,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에 투영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되, 글쓴이의 표현대로 사실 디자인이란 게 뭐 그리 대단할 걸까? 적당히 쓰기 좋고 보기에도 좋고 그것이 있을 자리에서 다른 것들과 그럭저럭 어울리고 뭐 그러면 되는 것이니...
그래서 이 책은 읽고 있으면 따뜻하다. 소소한 일상에서 새롭게 무엇인가를 발견해내는 글쓴이의 통찰력이 전혀 날카롭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 따뜻한 때문일 거다.